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12 12

언두

'러브레터'와 '4월이야기'로 이와이 슌지 감독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언두'(Undo, 1994년)는 참으로 낯설고 불편한 작품일 수 있다. 이 작품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피크닉' 과 함께 상실, 죽음, 허무 등 세상의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 '검은 이와이' 계열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번째 극장용 영화인 이 작품은 내용이 독특하다. 강박성 속박증후군에 걸린 여인과 이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로 그런 병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묘사한 강박성 속박증후군은 끊임없이 모든 대상을 끈으로 묶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이다. 여주인공은 각종 사물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생명체와 비누방울까지 묶으려 든다. 영화 속에서 의사는 이를 사랑을 갈구하는 병이라고 진단한..

아메리칸 스나이퍼(블루레이)

통계를 보면 월남전에서 미군 1명당 적군 1명을 사살하기 위해 쏜 총탄이 평균 20만발이다. 그런데 저격수 1명이 적군 1명을 사살하는데 소비한 총탄은 평균 1.3발이다. 각 군이 저격수를 키우는 이유다. 수치상 효율을 떠나서 총 소리 한 방과 함께 사람이 죽어 넘어가게 만드는 저격수의 존재는 전장에서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게 총탄 발사효율보다 더 큰 저격수의 심리적 효과다.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던 크리스 카일은 미국 네이비씰의 유명한 저격수였다. 그의 자서전 등에 따르면 이라크전에 4차례 파병돼 공식적으로 160명을 저격했고, 비공식적으로 255명을 사살했다. 오죽했으면 이라크 반군들은 그를 악마라는 뜻의 '알 사이탄'이라고 부르며 8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전장에서는 무서운 존재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