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1 12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블루레이)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O Brother, Where Art Thou?, 2000년)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코엔 형제가 고대 그리스의 작가 호머의 작품 '오딧세이'를 현대판으로 재미있게 바꾼 영화다. 그것도 원전처럼 영웅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완전히 비틀어 어수룩한 3인조가 뜻하지 않은 모험과 행운을 누리는 코미디로 만들었다. 내용은 율리시즈라는 이름의 좀도둑이 다른 두 명의 어리벙벙한 죄수들과 탈옥해 벌이는 소동을 다뤘다. 3인조는 엉뚱하게도 라디오 방송국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이 노래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뜻하지 않은 일을 겪게 된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 역할을 한다. 이처럼 뜻하지 않은 열쇠가 3인조의 운명을 바꿔 놓는 과정은 슬그머니 웃..

죽음의 안토니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의 영화계는 새로운 조류가 등장했다. 전후 피폐해진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 같은 흐름은 프랑스의 누벨바그,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브라질의 시네마노부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나타났지만 비슷한 성격이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철저한 사실주의다. 서민들의 궁핍한 삶을 조망해 빈부 격차나 사회 문제 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사람들이 자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쿠바혁명에서 영향을 받은 브라질의 시네마 노부도 마찬가지다. 민중들이 영화를 통해 비참한 처지를 깨닫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글라우베 로샤 감독의 '죽음의 안토니오'(Antonio Das Mortes, 1969년)는 바로 시네마 노부의 대표적인 작품이..

매그니피센트 7(블루레이)

서부극 '황야의 7인'이나 전쟁영화 '대탈주'는 어려서 TV '주말의 명화' 시간에 봤던 영화 중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다. 두 작품은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틀어주던 '특선영화'에도 여러 번 나왔는데 스티브 맥퀸, 제임스 코번, 찰스 브론슨 등은 두 작품 모두에 출연했다. 두 작품을 좋아했던 이유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명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 두 작품은 마치 올스타전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1960년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은 율 브린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로버트 본, 호르스트 부흐홀츠 등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덕분에 이 작품은 원작인 일본의 구..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블루레이)

동물과 일상의 평범함을 사랑했던 한 남자가 소년과 그의 강아지를 소재로 만화를 그렸다. 제목보다 주인공 소년인 찰리 브라운과 강아지 스누피로 더 유명한 '피너츠'다. 1947년 미네소타의 지역 신문인 세인트폴 파이오니어에서 시작된 만화는 점차 인기를 끌면서 1950년 뉴욕재단의 후원을 받아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미국 각지의 9개 신문에 실렸다. 연재는 작가 찰스 슐츠가 사망한 다음날인 2000년 2월13일까지 50년 이상 이어졌고 기네스북에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 연재한 신문 만화로 기록됐다. 미국 뿐 아니라 해외로도 진출해 75개국 2,600개 신문에서 21가지 언어로 번역돼 소개됐다. 그만큼 '피너츠'는 지금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인기 만화다. 피너츠의 인기 비결은 바로 일상의 소소함을 재미있게 그..

레닌그라드 900일간의 전쟁

제 2차 세계대전사에 있어서 독소전은 전쟁의 향배를 갈랐다. 잇따라 서유럽 국가를 정복하며 승승장구하던 독일이 구 소련을 침공하면서 동과 서 양쪽에서 전쟁을 벌여야했고, 결과적으로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전력의 배분은 독일의 패배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양수겹장의 악수를 둔 셈이다. 독일은 소련을 침공하면서 또다시 전력을 두 개로 나누었다. 모스크바 등을 겨냥한 주공과 함께 레닌그라드 방면의 보조 공격을 통해 소련군을 양분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독일이 레닌그라드, 즉 지금의 상트페테르스부르그를 노린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소련의 북서 항구를 일제히 봉쇄해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었고, 반대로 독일은 이를 통해 원활하게 보급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1941년 9월부터 일어난 레닌그라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