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6 13

블랙 매스 (블루레이)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은 중범죄자 리스트를 따로 관리한다.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처럼 주로 범죄계 거물들이 오른다. 과거 오사마 빈 라덴은 죽기 전에 이 리스트에서 1위였다. 두 번째는 미국 갱단 두목 제임스 화이트 벌저였다. 벌저는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범죄 거물로, 과거 알 카포네 만큼이나 유명한 존재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인 벌저는 1970,80년대 윈터힐이라는 갱단을 만들어 보스턴에서 밤의 제왕처럼 군림했다. 각종 청부 폭력은 물론이고 마약 밀매, 도박, 사채업 등으로 돈을 번 그는 19명을 죽인 혐의로 수배 대상에 올랐다. 그런데도 그는 무려 16년이나 도망 다녔다. 그것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산 속으로 숨어 다닌 것이 아니라..

미스 사이공(블루레이)

미셀 쇤베르크가 작곡하고 알랭 부브리가 가사를 쓴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오페라에 비유하자면 '나비 부인'과 닮았고, 우리네 악극에서 찾자면 '홍도야 울지마라'와 유사하다. 좋게 말하면 순애보이고 깎아내리면 신파라는 얘기다. 내용은 월남전 때 사랑하게 된 사이공 매춘부와 미군 청년이 월남 패망과 함께 헤어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한 남자를 잊지 못해 지고 지순한 사랑으로 기다리는 이야기는 '나비 부인'과 닮았고 뜻하지 않은 사고를 일으켜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홍도야 울지마라'를 떠올리게 한다. 신선한 점은 결코 쉽지 않은 월남전이라는 소재를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쟁통에 몸을 팔게 된 베트남 여인과 파병 군인간의 사랑, 어떻게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벗어나려는 포주, 옛 애인을 잊지..

돈 조반니

모짜르트의 유명한 오페라 '돈 조반니'는 작곡가 못지 않게 작사가도 유명하다. 작사가는 바로 로렌조 다 폰테다. 로렌조 다 폰테는 특이한 삶을 산 인물이다. 베니스에서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천주교로 개종해 신부가 됐다. 하지만 본래 타고나기를 술과 음악, 여자와 도박을 너무 좋아했다. 결국 신부가 돼서도 바람둥이처럼 살다가 들켜서 사제단의 명령으로 15년 동안 베니스에 돌아올 수 없는 추방형을 받았다. 그때 평소 친하게 지냈던 유명한 역사적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조언에 따라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겼다. 다 폰테는 그곳에서 뛰어난 천재 모짜르트를 만나 가극을 쓰게 됐다. 특히 그가 대본을 쓴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는 다 폰테 3부작으로 불린다. 그만큼 모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