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6 13

전망 좋은 방(블루레이)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를 다룬 영화라면 '냉정과 열정사이' '인페르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제임스 아이버리 감독의 '전망좋은 방'(A Room With A View, 1985년)이다. EM 포스터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피렌체로 여행을 떠난 여인이 우연히 마주친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여인의 사랑은 결코 쉽지 않다. 여인은 약혼자 때문에 애써 피렌체에서 만난 남성을 외면하지만 그렇다고 약혼자에게 빠져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고리타분하고 모범생같은 약혼자 보다는 피렌체에서 만난 자유분방한 남성에게 끌린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때로는 여인의 위험한 사랑을 경계하고, 때로는 진정한 사랑을 충고한다. 그만큼 주인공과 주변..

한공주 (블루레이)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2013년)는 치유와 아픔의 영화다. 성폭행을 당한 여주인공이 이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어찌보면 자극적인 소재일 수 있는데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황이 워낙 끔찍하기에 드러내놓고 묘사하지 않아도 그 뒷부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서 보는 내내 참으로 고통스럽다. 내용을 보면 2004년 발생한 밀양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떠오른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언급하지 않지만 가해학생들이 집단으로 장기간에 걸쳐 여학생 두 명을 번갈아 성폭행하고 사건이 드러난 뒤에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피해학생을 핍박한 정황, 경찰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모멸감을 준 일 등이 영화 내용과 흡사하다..

천장지구 (블루레이)

진목승 감독의 '천장지구'(天若有情: A Moment Of Romance, 1990년)는 대학 시절 극장에서 봤던 영화다. 개봉 극장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인터넷을 찾아보니 중앙극장) 유덕화라는 이름과 흠뻑 빠져서 봤던 '열혈남아'를 연상케 하는 유덕화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에 반해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액션이 아닌 애닲은 사랑이야기에 치중한 내용이 너무 신파적이었다. '열혈남아'에서 봤던 유덕화의 액션이나 느와르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았다. 당시 유덕화하면 '열혈남아' 아니면 '지존무상'에서 보여준 강렬한 액션과 의리남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천장지구'의 유덕화는 그렇지 못했다. 물론 그가 극중에서 맡은 배역은 밑바닥에서 험하게 굴러먹는 막장 인생으로, 깡패들 싸움에 휘말려 피를 보..

치티치티 뱅뱅

'치티치티 뱅뱅'은 1970년대 국민학교 시절 꽤나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이다. 전체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로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얘기가 신기해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이 작품이 영화로도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웠다. 그러나 1960년대 영화여서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DVD 타이틀이 출시돼 보게 됐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어려서 읽었던 만화책 만큼 재미나 감흥은 없었다.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일이 현실이 돼버린 요즘 그보다 더한 신기한 일들을 다룬 영화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켄 휴즈 감독이 만든 영화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 1968년)은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어린이용 뮤지컬 영화다. 원작 소설은 놀랍게도 007 시리즈를 ..

국가의 탄생(블루레이)

냇 터너의 반란은 미국이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 중 하나다. 흑인 노예였던 냇 터너는 미국에 노예 제도가 남아 있던 1831년 8월21일 반란을 일으켜 55명의 백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을 죽였다. 냇 터너는 노예였지만 특이했다. 어려서 영특했던 그는 백인 여성의 배려로 글을 깨우쳐 성경을 읽게 됐고 자연스럽게 기독교인이 돼 주인이 세운 교회에서 노예들에게 교리를 전하는 전도사였다. 백인들은 같은 노예 출신이 노예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해 순종적으로 만들면 부려먹기 편할 것이란 생각을 해서 그에게 백인 주인과 함께 다니며 순회 전도를 하게 했다. 이것이 터너의 삶을 바꿔 놓았다. 냇 터너는 목화 농장을 돌며 복음을 전파하던 중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흑인들의 처지에 눈을 떴다. 급기야 같은 노예인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