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05 9

접속 (블루레이)

채팅, 유니텔, 삐삐.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1997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이 영화가 나와서 인기를 끈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 작품은 당시 인기 있었던 PC통신을 매개로 싹튼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요즘으로 치면 인터넷으로 만난 묻지마 사랑 같은 이야기인데, 당시로서는 PC통신과 채팅으로 만난 남녀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 자체를 아주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인터넷이 널리 퍼지기 전인 만큼 PC통신을 통한 사랑은 거의 사이버 러버 수준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이 영화가 서울의 종로 3가 피카디리 극장에서 개봉을 했는데, 영화 속 두 사람이 만남을 시도하는 장소도 피카디리 극장이어서 신기했다. 영화의 소재였던 PC통신은 당시..

델리카트슨 사람들(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가 공동 감독한 '델리카트슨 사람들'(Delicatessen, 1991년)은 기괴하면서도 기발한 영화다. 식인 문화부터 뚜렷하게 드러나는 계급 간 갈등 및 로맨스와 권력의 무상함을 꼬집는 냉소와 풍자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놓았다. 내용은 미래인지 과거인지 시대 가늠이 힘든 시절, 과거에 곡예사로 일했던 남자가 어느 정육점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식량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시절, 정육점은 종종 건물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 그때마다 건물 세입자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육점 주인은 딱 보기에도 백정처럼 우락부락한 느낌이 나는 거한이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다 보니 사실상 건물의 권력자다. 건물 주민들은 그에게 잘 보여야 더 많은 고기를 살 수 있..

우먼 인 골드(블루레이)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2015년)는 마리아 알트만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름인 마리아 알트만은 '키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등의 그림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관련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찬란한 황금빛 색채로 여인을 그려 각종 상품들에 그림이 쓰이는 인기 있는 화가다. 그의 그림 중 '키스'와 더불어 널리 알려진 작품이 바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즉 '우먼 인 골드'다. 기름한 얼굴의 여인이 목에 빛나는 목걸이를 한 채 황금빛 옷을 입고 있는 이 그림은 아주 오래도록 '우먼 인 골드'라는 작품명으로 알려져 왔다. 이유는 오랜 세월 이 작품을 강탈한 나치 독일이 주인을 감추고 싶었기 때..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블루레이)

자크 헬름 감독이 만든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Mr. Magorium's Wonder Emporium, 2007년)은 감각적인 알록달록한 영상과 유명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관록 있는 연기파 배우인 더스틴 호프만과 자기 역할을 똑 부러지게 챙기는 나탈리 포트만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우선 눈길을 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과정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재미를 끌어내지 못했고 산발적으로 흩어지며 어수선하게 진행되다가 뻔한 결말로 마무리됐다. 내용은 수백 년을 산 장난감 장인인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만)이 최후를 직감하고 뉴욕에 운영 중인 장난감 가게를 여성 점원(나탈리 포트만)에게 물려주려는 이야기다. 문제는 장난감 가게가 결코 평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