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미로

왜 대부분의 영화 속 연쇄살인범은 다중인격자일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하기 때문에 쉽게 설명하기 위해 성격파탄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닐까 싶다. 르네 만조르(Rene Manzor) 감독이 만든 '미로'(Dedales, 2003년)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는 프랑스 파리의 지하묘지에서 시체 27구가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연쇄살인범으로 경찰에 지목된 인물은 연약하고 가냘픈 외모의 25세 여성 클로드(실비 테스튀 Sylvie Testud)다. 그는 여러 개 인격이 공존하는 다중인격장애 환자다. 그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정신분석의 브레낙(램버트 윌슨 Lambert Wilson)이 투입되며 사건은 실마리가 밝혀진다. 영화는 다중인격장애를 앓는 클로드의 범죄행각을 시간의 역순으로 접근하며..

영화 2004.11.25

슈퍼 사이즈 미

한 달 동안 하루 세끼 식사를 햄버거로만 때우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체중이 11kg 불어나고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수치가 과도하게 올라간다. 모건 스펄록(Morgan Spurlock) 감독은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를 통해 이를 몸소 실험했다. 제목의 슈퍼 사이즈는 맥도널드의 대형 세트 메뉴 이름. 그는 의사들과 상담을 통해 사전 건강검진을 마친 후 한 달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로만 식사를 해결했다. 한 달 후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눈앞이 노랗고 움직일 때 힘들다"는 말로 표현했지만 의사는 "죽을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한다. 작품 속에 드러난 스펄록의 한 달은 의사의 경고가 수긍이 갈 만큼 끔찍하다. 커다란 '슈퍼 사이즈' 햄버거 세트를 먹다가 지쳐서..

영화 2004.11.13

최근 상영작 비교-해리 포터, 반 헬싱, 킹 아더, 아이 로봇...

= 판타지보다 공포물에 가깝다. 하이틴이 돼버린 주인공도 눈에 설고 온통 어둠뿐인 공포 분위기도 편치 않다. 더 이상 1편의 영광은 없는 것인가. = 2시간 동안 고문받는 기분.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자기도 힘들다. '언더월드'의 아류작. 아닌 게 아니라 '언더월드'의 케이트 베킨세일이 여주인공으로 출연. 작품 좀 잘 고르지. = '글래디에이터' 기대하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지 마시기를. 평범한 액션과 맥 빠진 줄거리에 너무 실망한다. 우리가 아는 아더왕과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BMW 광고 '하이어'의 주인공과 '러브 액츄얼리'의 미녀 키이라 나이틀리를 볼 수 있다는 점 외에 별반 기대할 게 없다. = 마이클 무어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솔직히 이런 작품은 극장에서 보기 아깝다. 대화면, 박력 있는 서..

영화 2004.08.04

아는 여자

장진 감독의 사랑에 대한 판타지. 솔직히 어른들이 이런 식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매번 철학자처럼 사랑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찌보면 사랑에 대한 장진 감독의 생각이 그만큼 순수하다는 반증이겠지요. 아니면 순수를 가장했거나. 로맨틱 코미디를 지향한 만큼 적절하게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약간 늘어진다 싶으면 잔잔한 웃음거리라도 하나 툭 던지는 식이어서, 예전 장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투박하고 거친 역할만 하던 정재영이 멜로 연기를 한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정재영은 이 작품에서 그다운 멜로 연기를 선보입니다. 6월10일 열렸던 기자 시사회때 인사차 무대에 오른 정재영은 "변신..

영화 2004.06.14

옹박

'옹박'의 주인공 토니 자. 그의 무술은 참으로 우악스럽습니다. 멀리서 뛰어올라 떨어지며 상대의 정수리를 양 팔꿈치를 모아 내리 찍습니다.몸을 솟구치며 빠르게 서너바퀴 회전해 무릅과 허벅지로 상대의 몸통을 후려찹니다. 순간 머리뼈가 주저 앉고 갈비뼈나 정강이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립니다. 어찌나 과격하던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몸이 떨립니다. 이소룡의 세련된 몸놀림도, 이연걸의 물흐르듯 부드러운 움직임도, 성룡의 익살맞은 동작도 아닙니다. 흉포하기 그지없는 야수의 원초적인 육박전입니다. 그게 바로 태국의 전통 무술인 무에타이의 특징이랍니다. 일견 세련된 점도 있습니다. 180도는 우습고, 360도는 기본이며 심지어 720도 빠르게 회전해 걷어차는 발차기와 허공에서 허리를 뒤로 꺾어 무릅으로 올려차는 장면..

영화 200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