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타짜 & 잔혹한 출근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년)와 김태윤 감독의 '잔혹한 출근'(2006년)은 모두 머니게임에 골병드는 사람들 이야기다. 차이가 있다면 프로와 아마추어라는 점이다. '타짜'는 머니게임의 선수들, '잔혹한 출근'은 어설픈 아마추어들이 주인공이다. 허영만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는 제목이 말해주듯 속임수를 쓰는 전문 화투 노름꾼들이 주인공이다. 젊은 타짜 조승우, 타짜 고수 백윤식, 악한 타짜 김윤석, 여우 타짜 김혜수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베일에 가려진 타짜들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다만 최동훈 감독의 과장된 연출이 눈에 거슬린다.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그랬듯이 최 감독은 캐릭터를 아주 작위적으로 몰고간다. 과장된 몸짓과 한 옥타브쯤 올라간 톤으로 쉼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배우들을 ..

영화 2007.02.24

누가 그녀와 잤을까 & 박물관이 살아 있다

김유성 감독의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년)와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2006년)는 모두 우화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환상적인 성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우화다. 겉으로는 김 감독이 조연출로 참여한 '몽정기'나 외화 '팬티 속의 개미'처럼 성장 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본질은 화장실 코미디다. 섹시한 여교생을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선생이 벌이는 기묘한 신경전은 온통 아랫도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미스코리아 출신 김사랑이 가차없이 미끼로 쓰였고 박준규, 하하, 이혁재, 하석진 등이 졸지에 하이에나로 둔갑했다. 민망한 아랫도리 이야기를 하려니 어쩔 수 없이 코미디로 밀어붙여서 영화는 내내 억지스런 이야기로 일관한다. 특히 박준규가 ..

영화 2007.02.23

달콤 살벌한 연인 &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손재곤 감독의 '달콤, 살벌한 연인'(2006년)은 전형적인 연극형 영화다. 현실성 떨어지는 소재와 정해진 공간 안에 다수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은 영락없는 연극이다. 뜻하지 않게 여러 사람을 죽인 여인과 생전 연애 한번 못해본 쑥맥같은 남자가 살인마 여인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에피소드들이 엎치락 뒤치락 엮이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랐다. 어색하게 꼬일 법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간 손감독의 연출력은 돋보인다. 다만 희한한 소재를 택한 만큼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특히 살인이 벌어지는 과정과 인물들의 관계 설정이 느슨하다. 그나마 이를 메꿔준 것은 배우들의 연기. 주연을 맡은 박용우, 최강희는 '라이어'의 주진모, 공형진처럼 시침 뚝떼고 진지하게 이..

영화 2007.02.22

아포칼립토

배우 멜 깁슨이 감독한 '아포칼립토'(Apocalypto, 2006년)는 야만과 폭력이 전력질주하는 영화다. 고대 마야문명 시대를 다룬 이 작품은, 가뭄에 시달리는 부족을 구하기 위해 제물을 찾아나선 인간 사냥꾼들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전사의 외롭고 힘든 싸움을 그리고 있다. '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 일련의 작품에서 충격적이고 적나라한 폭력을 보여준 멜 깁슨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예외없이 거칠고 잔혹한 폭력을 묘사한다. 산 채로 사람의 배를 갈라 심장을 뜯어내고 목을 잘라 내는 충격적인 장면은 물론이고 투박한 석기 무기와 청동단검 등 고대 무기를 사용한 처참한 전투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잔인하다. 폭력 장면 못지 않게 후반 추격장면은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게 만든다. 인간 ..

영화 2007.02.04

미녀는 괴로워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한 곡의 노래 때문이었다. 1980년대 팝그룹 블론디의 원곡을 우리말로 개사해 부른 김아중의 '마리아'는 깜짝놀랄만큼 훌륭했다. 요즘 감각에 맞춘 이재학의 편곡도 좋았지만 김아중의 노래 솜씨도 다시 돌아볼 만큼 뛰어났다. 연예계에 나오기전에 가수 데뷔를 위해 음반을 준비하다가 그만뒀다더니 빈 말은 아닌 모양이다.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부르는 덕에 유명 가수의 목소리 대역, 즉 립싱크 가수로 살아가던 뚱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잡기 위해 성형끝에 날씬 미녀로 거듭나지만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내용은 스즈키 유미코의 일본 원작만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원작의 설정만 빌려왔을 뿐 내용은 많이 다르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스타 성공담까지 곁들여 예측 가능한 내용이지만..

영화 2006.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