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스위니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팀 버튼 감독의 '스위니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년)의 장르를 굳이 이야기한다면 슬래셔 뮤지컬이라고 부를 만하다. 서정적인 선율과 화음이 흐르는 가운데 화면 가득 피가 난무한다. 과거 슬래셔 공포영화가 10대들의 성적 방종과 마약 등 일탈행위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면 이 작품의 모티브는 복수다. 모든 복수들이 그렇듯 원한에 사무친 주인공의 복수는 잔혹하다. 아니, 스위니 토드(조니 뎁)의 복수는 잔혹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발사인 주인공이 과부 요리사와 만나 복수를 펼치다보니 이야기의 전개는 복수극을 넘어 공포괴담을 연상케 한다. 그 속에는 개인적 복수도 들었지만 좌파적 시각에서 보면 인간을 ..

영화 2008.01.20

세븐 데이즈

원신연 감독의 '세븐데이즈'는 꽤 잘 만든 스릴러다. 유괴 사건 속에 살인 사건을 집어넣는 복잡한 방식의 액자식 구성을 선택했는데도 두 가지 사건이 얽히지 않고 하나의 줄기를 향해 일관되게 흘러간다. 그만큼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고 연출과 편집이 긴장감 넘친다. 원 감독의 타이트한 연출도 돋보였지만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가 우수하다. 원래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윤제구 감독 작품이다. 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 뒤 지난해 김선아를 주연배우로 기용해 '목요일의 아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그러나 감독과 주연배우가 불화를 빚으면서 제작이 중단됐고 급기야 제작사는 김선아와 소송까지 벌였다. 바톤을 이어받은 원 감독은 원래 스턴트맨 출신. '피아노맨' 무술감독, '넘버3'의 무술담당, '여고괴담' 등에서..

영화 2007.12.01

만남의 광장

역사를 희화화 할 때에는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즉, 그럴 듯 해야 한다는 소리다. 특히 아픔이 큰 상처를 다룰수록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종진 감독의 '만남의 광장'(2007년)은 참으로 무모한 영화다. 양 쪽에서 주민들이 철조망을 맡잡아 올려 조국이 분단되고, 이런 현실을 못견딘 주민들이 3km에 이르는 땅굴을 파서 왕래한다는 내용은 이색적일지는 몰라도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코미디라도 당위성이 떨어지면 억지 웃음이 된다. 그렇다보니 임창정, 류승범, 임현식, 이한위, 박진희 등 배우들의 천연덕스런 연기도 빛이 바랬다. 그래서 상영시간 내내 간헐적으로 소소한 웃음은 몇 번 있었지만 시종일관 유쾌하지는 못했다. 특히 막판 결말은 너무나 단세포적이다. 이도저도 해결할 방법이 없으면 ..

영화 2007.08.26

트랜스포머

과거 로봇은 '마징가Z' '기동전사 건담' '로보트 태권V'처럼 애니메이션에나 어울리는 소재였다. 실사영화에서도 등장하기는 했지만 '로보캅' '터미네이터'처럼 사람 크기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만든 '트랜스포머'(Transformers, 2007년)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할 만한 거대한 로봇들이 지축을 울리며 도시를 활보하고 사람들과 연기를 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존재라는 느낌이 전혀 안들만큼 로봇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특히 변신 과정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하이 테크놀로지의 승리다. 로봇 작업은 '스타워즈'를 만든 ILM과 '터미네이터'를 작업한 디지털 도메인사의 작품이다. 그렇지만 그 뒤에 숨은 인간의 손길을 무시할 수 ..

영화 2007.07.30

화려한 휴가

대학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받은 충격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담은 비디오를 봤을 때였다. 주로 해외 언론들이 촬영한 사진과 뉴스를 기록한 비디오 테이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했다. 피투성이의 시체들이 나뒹구는 이미지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도저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비디오 테이프를 본 80년대 대학생들이라면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80년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졌던 당시에 중학생이었지만 그런 일이 국내에서 벌어지는 줄은 까맣게 몰랐다. 뉴스나 신문에서도 언론검열때문에 제대로 보도조차 안했고 서슬퍼런 군사정권 아래서 아무도 그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비로서 책으로, 비디오테이프로, 육성으로 접할 수 있었다. 김지훈 감독의 '화려..

영화 2007.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