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라디오스타

추석 연휴, 방송계에 10여년을 몸담아 온 아내가 보자고 한 영화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2006년)다. 80년대말 '별이 빛나는 밤에'부터 '2시의 데이트'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FM과 TV 프로를 두루두루 해왔던 아내에게 이 작품은 남다른 느낌을 준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웃음을 강요하는 '황산벌', 과대포장된 '왕의 남자'에 실망을 했기에 이준익 감독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준익 감독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감동적인 영화다. 역시 한, 두 작품으로 감독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 작품으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참으로 따스한 감성을 지닌 작가다. 작품은 88올림픽 시절 가수왕까지 했던 왕년의 록가수가 몰락해 지방 방송국..

영화 2006.10.07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세상에서 제일 만들기 힘든게 코미디 영화같다.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웃긴다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용기 감독의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은 실패한 코미디다. 억지웃음이 도를 지나쳐 실소하게 만든다. 전작인 '가문의 위기'에서 검사 며느리를 맞아들인 덕분에 조폭 생활을 청산한 백호파는 대신 김치 산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번다. 그러나 전작에서 백호파 때문에 감옥에 갔다가 앙심을 품은 전직 검사 봉명필(공형진)이 출소하며 백호파는 위기를 맞게된다. 봉명필의 음모로 백호파는 파산 직전까지 가지만 일치단결해 어려움을 이겨낸다. 내용을 보면 마치 어른판 남기남 감독 영화같다. '영구와 땡칠이' '갈가리 패밀리와 드라큐라' 등 약 70편의 작품을 만든 남기남 감독은 주로 아이들 대상의..

영화 2006.10.05

미션 임파서블 3

J.J 에이브람스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 3'(Mission Impossible 3, 2006년)는 톰 크루즈와 블록버스터 이름값을 하는 작품이다. 1, 2편 못지않은 액션과 볼거리,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상영 시간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전작들과 굳이 비교하자면 2편이 오우삼 감독의 영향으로 요란한 액션에 치중했다면 3편은 1편처럼 아슬아슬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사건이 해결되는 듯 싶으면 또다른 복선과 반전으로 시종일관 가슴 졸이며 영화를 보게 만든다. 그만큼 영화를 끌어가는 스토리텔링이 잘 된 작품이다. 전작들처럼 미션 임파서블 특유의 코드 요소는 변함없이 등장한다. 감쪽같은 변장과 음성변조, 줄에 매달린 곡예 같은 침투와 탈주 등은 어느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특징이 돼..

영화 2006.06.10

뻔뻔한 딕 & 제인

앞에 '뻔뻔한'을 못 본 상태에서 '딕 & 제인'만 보고 바비 빈튼이 부른 아름답고 슬픈 노래가 떠올랐다. 혹시 그 팝송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가 싶었는데, 얼토당토않게 짐 캐리와 티아 레오니가 부부로 나오는 코미디였다. 제인 폰다가 등장하는 1977년 동명 영화를 딘 패리소트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란다. 회사가 망하고 직원들이 거리에 나앉아도 신경쓰지 않고 회사 재산을 뒤로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운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CEO를 딕과 제인 부부가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그 과정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길고 지리하다는 점이다. 부부가 응징에 나서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부질없고 쓸데없는 이야기로 때우더니 응징 방법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만큼 어설프고 어이가 없다.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가 궁금할 정도..

영화 2006.04.05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 후속편인 '가문의 위기'(2005년)는 조폭 집안의 큰 아들이 서울지검 강력계 검사와 연애를 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코미디다. 오랜 숙원인 큰 아들이 결혼하면 좋지만 자칫하다가 조직이 풍비박산할 위기에 놓였다. 강력계 검사에 김원희, 조폭 큰아들에 신현준, 둘째 아들 탁재훈, 조폭 두목이자 어머니에 김수미, 김원희의 동료 검사 역할로 공형진, 신현준의 부하 역할에 정준하 등이 출연해 가문의 영광인지 위기인지 헷갈리는 상황을 개그처럼 풀어놓았다. 오히려 툭 까놓고 웃기려 작정하고 달려들어 솔직해서 좋다. 어차피 이 같은 가벼운 오락물에서 작품성과 해학, 영상미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더 망가져야 했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개그가 이 작품의 미덕일 ..

영화 200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