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쟝고

프랑코 네로가 주연을 맡은 서부극 '쟝고'(Django, 1966년)는 스파게티 웨스턴(일본 표현인 마카로니 웨스턴)의 걸작이다. 세르지오 코르부치가 감독한 이 작품은 관을 끌고 다니는 독특한 주인공과 루이스 바칼로프가 작곡한 주제가로 유명하다. 이 작품이 스파게티 웨스턴 중에서도 독특한 점은 기관총을 사용한 집단 학살극 때문이다. 덕분에 잔혹 웨스턴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이후 숱한 아류작들을 낳았다. 이 작품을 비롯해 세르지오 레오네, 세르지오 코르부치 등 이탈리안 감독들이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은 정통 미국 서부극과는 다른 구조를 갖는다. 두 사람은 모두 좌파적 색채가 강한 서부극을 만든다. 미국 서부극은 개인 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영웅과 악당이 속한 다른 집단의 싸움, 즉 선악 구도를 강조..

폭력써클 (SE)

박기형 감독의 '폭력써클'은 코 끝에서 피비랜내가 확 올라오는 느낌의 영화다. 폭력에 대한 고찰이 상당히 빼어난 수작으로, 결코 정제되거나 다듬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분노를 담은 폭력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점증하는 분노의 폭발을 설득력있게 잘 묘사했다. 영화는 고등학교 아이들이 축구를 하기 위해 만든 서클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폭력조직으로 몰리면서 아이들 또한 폭력의 한복판에 던져지는 내용이다. 모범생인 주인공은 불량배들에게 친구가 맞아 부상을 당하거나 죽으면서 결국 야수같은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박 감독은 독특하게도 느와르풍 영화에 클래식을 얹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뜻보면 어색할 것 같지만 오히려 영상과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내며 폭력의 잔혹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추억은 방울방울

다카하타 이사오의 애니메이션은 참으로 서정적이다. '반딧불의 묘'도 그렇고 '추억은 방울방울'(1991년)도 마찬가지다. 도시 여성이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리며 농촌을 방문했다가 은은한 사랑에 젖게되는 과정을 그린 '추억은 방울방울'은 마치 1960~70년대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발달린 흑백TV, 생전처음 먹어보는 바나나와 파인애플에 신기해 하던 기억, 자동연필깎이와 석유곤로, 담장 옆에 붙어있던 커다란 쓰레기통 등 어렸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하는 방법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이어온다. 변함없이 투명한 느낌을 주면서 섬세하게 표현한 그림과 빛을 잘 살린 서양화 분위기의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별다른 사건없이 평온하고 잔잔하게 이어..

라디오스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2006년)는 지난해 본 우리 영화 중에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들춘 것 처럼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안성기, 박중훈의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1970, 80년대 잊혀진 노래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유명 스타가 쇠락의 길을 걷다가 재기하고 그 속에서 성공보다 소중한 것이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은 결국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라디오를 듣던 학창 시절이 떠올라 영화 속 이야기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잊고 살았던 소중한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퀴담-태양의 서커스

내년 3월 내한 공연 예정인 '태양의 서커스'의 '퀴담'(Quidam)은 국내에 DVD로 먼저 소개됐다. 199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이 공연은 16개국에서 공연되며 5,0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태양의 서커스, 즉 서키 드 솔레이(Cirque Du Soleil)의 공연은 흔히 생각하는 서커스가 아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환상적인 무대 장치, 이들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곡예는 인간이 재현하는 판타지 그 자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음악. 전 곡이 자체 창작곡인 음악은 아트록 뮤지션인 마이크 올드필드의 곡처럼 장중하면서도 서정적이다. 덕분에 테마를 갖고 흐르는 음악에 맞춰 진행되는 곡예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 같다. 음악의 훌륭함은 별도로 판매되는 사운드트랙이 입증한다. 특히 'Let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