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음악 블루레이&CD 109

Tesla의 'Paradise'

록 그룹의 좋아하는 어쿠스틱 라이브 음반을 꼽으라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Tesla의 'Five Man Acoustical Jam'과 너르바나의 'Unplugged in New York'이다. 이 가운데 테슬라의 음반은 공연장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어 즐겨 듣는다. 특히 여기 수록된 애절한 'Paradise'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Love song'을 꼽지만 쇠가 갈리는 듯한 제프 키스(Jeff Keith)의 목소리와 'Paradise'가 훨씬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Five Man Video Band'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DVD 타이틀은 1990년 이들이 가졌던 'Five Man Acoustical Jam' 라이브를 그대로 수록했다. 4 대 3 영상은 화질이 비디오보다 떨어진다. 돌비디지털 2...

적우

2주 전 우연히 KBS 음악 프로그램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걸걸한 목소리의 여가수 때문이었다. '적우', 붉은 비라는 뜻의 예명을 가진 그는 김현식의 '기다리겠소'를 리메이크한 노래를 부르고 들어갔다. 길지 않은 3분 남짓한 시간 동안 김현식보다 더 맛깔스럽게 소화한 그의 노래솜씨에 완전히 매료됐다. 중성적인 그의 목소리는 때로는 호소하듯, 때로는 거대한 기를 뿜어내며 내리누르듯 청중을 압도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특유의 보이스 컬러와 세련된 노래 솜씨는 마치 파트리샤 카스를 연상케 했다. 그의 등장은 실로 '발견'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음반은 10여 군데 음반점을 돌아다녀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언론에 소개되며 지난해 늦가을 출반된 '초콜렛'이라는 그의 음..

스카이 '토카타'

1982년, 남들은 연합고사 준비로 바쁜 중 3 시절에 FM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당시 팝송을 소개한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가 '황인용의 영팝스'였다. 저녁 8시에 하던 이 프로그램에서 어느 날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바로 스카이(Sky)의 '토카타'(Toccata)다. 지금은 검색서비스에서 '스카이'를 입력하면 휴대폰 정보나 최진영이 몸담았던 그룹 스카이, 플라이 투더 스카이 등 엉뚱한 정보들이 나타나지만 1980년대 초반 스카이는 유일했다. 스카이는 위대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이끄는 5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였다. 1979년 결성돼 1984년까지 활동한 스카이는 클래식, 재즈, 록을 넘나드는 연주로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하던 음악애호가들을..

이네사 갈란테 'Debut'

이네사 갈란테(Inesse Galante)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1990년대 말, 자주 가던 레코드점에서 새로 나온 클래식 신보를 모아놓은 곳에 그의 앨범 '데뷔'(Debut)가 꽂혀 있었다. 레이블도 생소한 오스트리아의 챔피언이라는 레코드사에서 나온 수입 음반이었다. 이 음반에 눈이 간 이유는 비닐 커버에 붙여놓은 스티커 때문이었다. "감동적인 목소리" 어쩌고 저쩌고 하는 늘 듣는 수식어와 함께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처음 소개한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16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Giulio Caccini)는 당시 국내에서 그리 낯익은 이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훗날 작곡가가 카치니가 아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바빌로프(Vladimir Vavilov)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워낙 곡 스타일..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

매달 글을 쓰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좀 다른 주제였다. '비터 로맨스'. 말 그대로 쓰디쓴 사랑을 다룬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정했다. 원고를 맡고 예전에 봤던 영화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남들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얘기하지만 결말 부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런 장면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 떠났던 여인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던 여인이 남자의 손을 잡는다. 남자는 슬그머니 여인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 화난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며 슬픈 표정도 아닌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선다. 그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장희가 만든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