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음악 블루레이&CD 109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 DVD

유명한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Alban Berg Quartett)이 연주한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죽음과 소녀' DVD 타이틀이 나왔다. 아주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한글 자막이 들어간 라이선스반으로 나왔다. 영화도 잘 안 팔리는데, 하물며 클래식 DVD가 팔릴까 싶어서 그랬는지 너무 소리 없이 나와 안타까울 지경이다. 안타까운 까닭은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의 '죽음과 소녀'(Streichquartett No. 14 ‘Der Tod und das Mädchen)는 이대로 묻히기에 너무 아까운 최고의 연주기 때문이다. 이 곡을 연주한 악단은 많지만 이들의 연주가 가장 드라마틱하다. EMI에서 나온 이들의 CD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2악장에서 느꼈던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을 지..

나카지마 미유키 "淺い眠り" (The Film of Nakajima Miyuki 중)

1997년 도쿄 출장을 갔을 때 그곳에서 일하던 친구가 추천해 준 음반이 나카지마 미유키(中島美雪)의 베스트음반 '大吟釀'이었다. 그곳에서 10여 년을 산 친구는 시부야 HMV에 들리자마자 대뜸 미유키의 음반을 뽑아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처음 듣는 가수였지만 그의 판단을 믿고 CD를 구입했다. 집에 와서 들으며 술에 취한 것처럼 그의 목소리에 흠뻑 빠져들게 됐다. 약간은 중성적이면서 마력을 지닌 그의 목소리는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 특히 마음에 든 노래는 '아사이네무리'(淺い眠り)다. 우리말로 하면 선잠에 해당하는 이 노래는 록비트가 가미된 빠르면서 시원스러운 곡이다. 이후 이 음반을 권해준 친구가 몇 년 전 '아사이네무리'가 수록된 DVD 타이틀을 사들고 왔다. 비디오클립을 모아놓은 DV..

로비 윌리암스 "What We Did Last Summer-라이브 앳 넵워스'

악동 같은 뮤지션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의 'What We Did Last Summer-라이브 앳 넵워스' DVD 타이틀은 2003년 영국 넵워스(Knebworth)에서 가진 공연 실황을 담았다. 워낙 파격적이고 독특한 발언과 행동을 잘하는 탓에 이번 공연 역시 2시간의 공연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로비 윌리엄스는 1990년대 중반 영국 아이돌 그룹 테이크댓(Take That)의 멤버로 인기를 얻던 중 음악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퇴했다. 그 후 2년 동안 술과 약물, 여자에 찌들어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러다 안 되겠던지 스스로 약물치료소에 걸어 들어가 새사람이 돼서 나온다. 한 달 만에 12kg을 빼는 절치부심 끝에 솔로가수로 나선 그는 이후..

황정민-"Honeyed Question" (영화 '달콤한 인생' OST)

"이 노래는 어떻게 부르게 됐죠?" "음악감독들하고 술 먹다가 하게 됐어요. 아마 술 김에 그래, 그래, 그랬을 거야."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은 노래를 부른 이유를 술 탓으로 돌렸다. 몹시 쑥스럽다는 듯. 그런데 노래를 들어보면 쑥스러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워낙 맛깔스럽게 불렀으니까. 그가 부른 'Honeyed Question'은 정작 영화에서는 들을 수 없다. 별도로 발매된 '달콤한 인생' OST 음반에만 수록돼 있으며 DVD 타이틀의 2번째 부록 디스크에 들어 있다. 영화 속에서 더없이 비열한 악당 백사장을 너무도 훌륭하게 연기한 황정민은 쓸쓸한 목소리로 누아르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멋지게 불렀다. 오히려 양파가 부른 주제가보다 이 곡이 더 좋다. 라틴풍 ..

어어부밴드-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1997년)가 개봉한 시점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를 본 극장만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없어진 낙원상가의 허리우드였다. 서울에 많고 많은 극장을 놔두고 왜 하필 개봉관치고 허름한 이곳에 가서 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곳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봉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이 영화는 탈선을 일삼는 10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문제작이었다.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풀빛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제목의 2권짜리 제작일지를 읽어보면 배우로 출연한 일부 아이들이 실제 본드를 불었고 그러다가 죽기까지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어쨌든, 내게 이 작품은 영화보다 음악이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영화 중간에 흘러나오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