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음악 블루레이&CD 109

상드로제

프랑스 아트록 그룹 상드로제(Sandrose)의 동명 타이틀 음반은 가장 아끼는 LP다. 1972년 출반 된 이 음반은 몇 장 찍어내지 않아 희귀 음반이 돼버렸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 시완레코드가 라이선스 LP로 소량 찍어낸 적이 있으나 소장한 LP는 라이센스판이 아닌 프랑스 Musea의 원판이다. 이 음반은 희소성 때문이 아니라 여기 담긴 마음 때문에 더없이 소중하다. 몇 년 전 '까당스'라는 음악 모임을 함께 만든 지인이 공교롭게 내 생일에 결혼을 했다. 축하해 주러 결혼식장을 찾은 나는 그에게서 뜻밖의 생일 선물을 받았다. 바로 이 LP다. 워낙 뜻밖이고 귀한 물건이어서 선뜻 받지도 못하고 할 말을 잃었는데, 그는 더없이 사람 좋은 웃음을 웃으며 LP를 건넸다. 그가 이 음반을 어떻게 구했는지 사..

킨키 키즈 '硝子の少年'

1997년 일본 출장을 처음 갔다. 볼 일을 보고 틈이 나서 도쿄 시부야에 있는 HMV에 들렸다. 당시 국내에 일본 음반 판매가 금지된 시절이라 평소 듣고 싶던 일본 가수들의 음반을 사기 위해서였다. 우선 엑스재팬의 음반을 왕창 사들고 돌아다니다가 잘 나가는 싱글 음반만 모아놓은 곳을 보게 됐다. 거기서 맨 위에 꽂혀 있던 CD를 집어 들었는데 그게 바로 킨키 키즈(Kinki Kids)의 '硝子の少年'(유리 소년)였다. 그때는 도대체 이들이 누구이고 그 싱글 CD에 어떤 노래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샀다. 다행히 들어보니 리듬이 흥겹고 들을 만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노래가 이들의 최고 히트곡으로, 일본에서만 싱글 판매 약 180만 장 기록을 세운 곡이었다. 킨키 키즈는 1979년생인 도모토 코..

서든 올 스타즈 'Tsunami'

일본 그룹 서든 올 스타즈(Southern All Stars)의 노래 '츠나미'. 우리에게는 해일이라는 뜻의 쓰나미로 유명하다. 일본 드라마 '모토카레'(옛애인)에 쓰인 노래다.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 V.one(강현수)이 리메이크한 '그런가봐요'의 원곡. 1996년 일본 출장을 갔다가 PC통신 천리안 때문에 알게된 친구를 도쿄에서 만났다. 당시 그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현지에서 유명한 광고기획사 PD로 몇 년째 일하고 있었다. 고국에서 찾아온 친구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갠 그는 마침 도쿄에 머물던 지인을 시부야 한복판으로 불러냈다. 불쑥 나타난 지인은 뜻밖에도 '그것은 인생'을 부른 가수 최혜영이었다. 나도 놀랐지만 내 직업이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된 최혜영은 더 놀랐다. 그렇지만 낯선 땅에서 만난 동포..

샤를르 아즈나부르 'Isabelle'

1980년,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영화잡지를 뒤적이다가 프랑스 가수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가 1965년 발표한 '이자벨'이라는 노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다는 루머 비슷한 얘기였는데, 그 바람에 국내에서도 금지곡이 됐다는 글이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동네 음반점으로 달려갔다. 당시 음반점들은 돈 받고 LP에 들어있는 노래들을 이것저것 테이프에 복사해 줬다. '이자벨'을 찾았더니 주인아저씨는 백판을 한 장 들고 와 녹음해줬다. 금지곡이니 백판 외에 들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노래일까, 기대 반 호기심반으로 녹음기의 재생 버튼을 누르고 노래를 들었다. 약 3분여 노래가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