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음악 블루레이&CD 109

루살카 (블루레이)

'신세계 교향곡'으로 유명한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에게 1901년은 최고의 해였다. 뉴욕 국립음악원장을 지내고 돌아온 그는 이 해에 프라하 음악원장에 취임했고, 오스트리아 국회의 종신 상원의원이 됐다. 한마디로 아쉬울 게 없던 그는 1904년 고혈압에 따른 심장병으로 죽기 전까지 프라하 근교 비쇼카 숲을 자주 찾았다. 프라하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비쇼카에는 루살카라고 불리는 드보르작의 별장이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이 곳에서 그는 오페라 '루살카'를 썼고, 1901년 프라하의 국민극장에서 초연했다. 루살카 별장 근처에는 오페라 내용처럼 작은 루살카 연못도 있다. 드보르작은 11편의 오페라를 썼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은 10번째 작품인 '루살카'다. 3막으로 이뤄진 루살카는 인어공주 ..

릴리 알렌 'Fuck you'

릴리 알렌(Lily Allen)은 독특한 여가수다. 1989년 영국에서 유명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키스 알렌('트레인스포팅' '쉘로우 그레이브' 등에 출연)과 영화제작자 앨리슨 오웬 사이에 태어난 그는 꼬마때부터 음주와 흡연으로 숱하게 퇴학 당해 무려 13번의 전학을 다녔다. 11세 때 우연히 학교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나중에 유명 소프라노가 되는 여대생 레이첼 산테소의 눈에 띄어 점심시간마다 노래를 배운다. 그 이후 피아노 바이얼린 기타도 배우고 합창단원으로도 활동했다. 결국 그는 음악에 매진하기 위해 15세때 학교를 때려치고 가수가 됐다. 2005년 인터넷을 통해 처음 발표한 자작곡이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데뷔 앨범 'alright, still'은 전세계에서 260만 장이 팔려나갔다. 덕분에 그는 20..

마릴린 맨슨 'Guns, God and Government' Live in LA (블루레이)

마릴린 맨슨을 처음 만난 것은 1996년이다. 그가 낸 앨범 'Smells Like Children' 중 유리스믹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Sweet Dreams'에 홀딱 반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 곡은 맨션 쇼크의 시작이었다. 빠른 리듬에 실린 애니 레녹스의 중성적 목소리가 매력이었던 원곡과 달리 마릴린 맨슨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는 듯한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느리게 시작해 후렴구를 폭발하듯 소리치며 불러제껴 음습함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 마릴린 맨슨은 노래 만큼이나 기괴한 인물이다. 1969년생이니 올해 마흔 셋. 그의 본명은 브라이언 휴 워너다. 예명인 마릴린 맨슨은 1960년대 미국 영화계의 섹스 심벌이었던 마릴린 먼로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인 배우 샤론 테..

제프 벡 'Performing This Week...Live at Ronnie Scotts' (블루레이)

제프 벡은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튼과 더불어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세 명 모두 공교롭게 야드버즈라는 같은 밴드 출신이다. 그만큼 세 사람은 록의 전신인 블루스에 뿌리를 둔 기타리스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블루지한 연주를 들려주는 인물이 바로 제프 벡이다. 그의 연주는 제프 벡이나 에릭 클랩튼처럼 화려하거나 현란하지 않다. 그런데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마치 뭉툭한 연필로 그린 거친 뎃생처럼 원초적인 블루스의 힘이 넘쳐난다. 그래서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함이 오히려 심금을 울린다. 지금도 80년대 학창 시절 LP로 처음 들었던 그의 대표적 명반인 'Blow by Blow'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특히 흐느끼는 듯한 기타 소리가 일품인 'Cause We've ..

이온 보이쿠

교보문고가 새로 개장하고나서 바로 음반매장인 핫트랙스를 들린 적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단독 판매 코너가 중간에 있는데 거기 낯선 음반이 놓여 있었다. 바로 이온 보이쿠(Ion Voicou)였다. 이름은 생소했지만 희대의 명반이라는 딱지가 붙어있길래 청음 코너에서 들어본 뒤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매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이온 보이쿠는 클래식 음악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낯선 이름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레코딩도 많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LP로 내놨다. 그가 1965년에 출반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담은 음반도 마찬가지다. 데카에서 찍어낸 이 LP는 그마저도 귀해서 고가에 거래된 희귀 명반이다. LP 시절 존재조차도 몰랐으니 당연히 들어볼 기회가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