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선균 12

내 아내의 모든 것 (블루레이)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은 소통을 다룬 영화다. 부부가 어느 순간 대화가 줄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영화 속 아내(임수정)는 대화의 단절로 침묵이 찾아드는 외로움을 못견뎌 끊임없이 독설을 내뱉고, 아내가 왜 달라졌는 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선균)은 아내의 잔소리가 지겨워 헤어질 궁리를 한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를 죽여달라고 부탁한 '마누라 죽이기' 처럼 아내를 떼어내기 위해 희대의 카사노바(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다. 설정부터 코믹한 영화는 맛깔스런 대사와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결코 억지 웃음이 아닌 허를 찌르는 유머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카사노바를 연기한 류승룡의 시침 뚝 뗀 진지한 연기는 압권이다. 새삼 코믹 ..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박제화된 낭만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세레나데를 부르고, 느끼한 말을 하며 상대의 관심을 끄는 작업들이 낭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장난처럼 웃음을 유발한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기 때문이다. 사랑도 인스턴트 라면 식으로 가벼워져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영화는 부감샷으로 잡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 풍경을 토이렌즈로 잡아, 마치 장난감 세상처럼 보여준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진지한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주는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최진실 박중훈이 주연하고 강우석 감독이 만든 '마누라죽이기'처럼 이 영화도 아내에게서 달아나고 싶은 남자를 다뤘다. 잔소리만 늘어 놓는 지겨운 아내와 이혼할 방법을 찾는 남편, 이 세상 모든 여자를 사로잡는 마력의 카사..

영화 2012.06.10

화차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2012년)는 김민희를 새로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정체불명의 여인을 연기한 김민희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연기로 원작 소설에서 걸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만큼 김민희의 연기는 자연스러웠고, 많이 나오지 않는데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었다. 퇴물 형사로 나온 조성하를 비롯해 간호사 한나 역의 김별 등 주인공을 받친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원래 이 작품은 일본의 인기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1992년 출간한 동명의 미스테리 소설이 원작이다. 제목인 화차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의 영혼을 태운 채 지옥으로 달려간다는 일본 전설 속 불마차로, 올라타면 내릴 수 없단다. 경제 위기에 몰린 여인이 타인의 삶을 훔..

영화 2012.03.18

옥희의 영화

영화 시사회장에서 사회자가 감독에게 영화의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감독 왈, ""주제의식을 갖고 영화를 보지마라. 우연히 사람을 만나 벌어지는 일 같은 영화다. 그만큼 다양한 면을 담았다. 마치 깔때기로 모아놓은 것 같은 (주제의식을 집약한) 영화를 싫어한다." 이번에는 객석에서 질문을 던졌다. 유부남인 감독이 과거에 어떤 여자를 사귀고 버리지 않았냐는 질문이다. 감독은 난감한 표정이다.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2010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아마 홍 감독은 집요하게 영화를 해부하려는 평론가나 기자들에게 불편함을 느낀 듯 싶다. 홍 감독은 그냥 보면 되지, 굳이 무슨 의미 부여가 필요하냐는 뜻을 작품 속에서 감독을 연기한 이선균의 대사를 빌려서 전한다. 감독의 생각도 이해가 가지..

째째한 로맨스

김정훈 감독의 '째째한 로맨스'는 만화 스토리 작가인 여성과 만화가인 남성이 만나 공모전에 출품할 성인 만화를 그리면서 사랑이 싹트는 내용이다. 좌충우돌 발랄한 여작가 역은 최강희가, 고집 센 만화가 역은 이선균이 맡았다. 두 사람은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 맡았던 배역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만큼 두 사람이 각자 맡은 배역은 잘 어울렸지만, 문제는 두 사람의 조합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하이톤으로 영화 속 대사처럼 '붕붕 날라다니는' 최강희의 연기와, 역할상 소릴 질러대며 신경질 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선균의 연기는 서로 충돌해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고 겉돈다. 그들이 빚어내는 로맨스 또한 개연성이 떨어진다. 코미디를 표방한 만큼 대놓고 억지를 부리는 설정은 그렇다쳐도, 애니메이션도..

영화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