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이 만든 느와르 '거룩한 계보'(2006년)는 참으로 어정쩡한 영화다. 내용은 폭력조직을 위해 목숨바쳐 일해온 주인공 동치성(정재영)이 자신을 버린 조직에 복수하는 이야기다. 장진의 페르소나인 정재영을 비롯해 정준호, 민지환, 이한위, 신구, 윤유선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주먹질이 오가고 피가 피를 부르는 대결 속에 허망하게 쓰러져가는 인간 군상의 비극적인 모습은 영락없는 느와르다. 그렇지만 장진 특유의 개그식 대사와 SF 만화같은 황당한 설정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있다. 장진은 작정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영화를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이를 그는 "어눌한 타협"이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결과가 성공적인지는 의문이다. 판타지도 아니요, 코미디도 아니고 100% 느와르도 아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