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DVD 1458

태양의 노래(블루레이)

불치병에 걸린 여학생을 사랑하는 남학생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는 1970년대 우리 학원물에서 흔히 보던 소재다. 당시 이덕화, 임예진이 출연했던 '진짜진짜 좋아해' '진짜진짜 잊지마' '진짜진짜 미안해' 등 '진짜진짜' 시리즈는 이 같은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코이즈미 노리히로 감독의 '태양의 노래'(Midnight Sun, 2006년)도 불치병을 앓는 여고생과 남학생의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라는 소재만 놓고보면 70년대 우리 학원물과 비슷하다. 그러나 70년대 우리 학원물처럼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는게 아니라 깔끔하고 단정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이 다르다. 특이한 것은 여주인공의 질병. 가수 유이가 연기한 주인공 카오루는 Xeroderma Pigmentosum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는다. 줄여서 XP로 부르..

밤의 해변에서 혼자(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여배우 김민희와 감독의 스캔들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다. 김민희가 연기한 주인공 영희는 공교롭게 현실처럼 유부남인 감독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용과 현실이 겹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극 중 여주인공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겠다는 다짐이 마치 힘든 현실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내포하는 듯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스캔들과 작품을 굳이 연결시켜 보지 않으면 작품 속 여주인공의 힘든 사랑이 올곧게 부각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스캔들 때문에 유럽으로 떠난 여주인공이 자신을 추스르는 내용이고 ..

위 아 엑스(블루레이)

헤비메탈의 시대는 갔다.더 이상 라디오에서는 헤비메탈을 틀지 않고 음반점에서도 메탈 음반을 찾기 힘들다. 1980년대는 FM 라디오에서도 메탈 발라드를 심심찮게 틀어줄 만큼 헤비메탈이 인기였다.메탈 곡들이 빌보드 차트 상위를 심심찮게 점령했고 수시로 메탈 음반이 쏟아져 나올 만큼 메탈의 전성기였다. 그때 등장한 엑스재팬(X-japan, 엑스저팬)은 1990년대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그들은 외모를 이상하게 꾸민 비주얼 록을 지향했지만 음악성의 뿌리는 록, 특히 공격적이며 차가운 분노를 담은 헤비메탈에 가까웠다. 더블베이스를 앞세운 박력 넘치는 파워 드럼, 속사포 같은 기타에 유려한 피아노 선율이 더해져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만들었다.보컬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좋게 보면 ..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블루레이)

1980년대 학창 시절에 즐겨 보던 만화책이 있다. 성심도서라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에서 낸 '신 루팡 3세'라는 시리즈 만화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해적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악한 인쇄의 이 만화는 일본 만화가 몽키 펀치가 그린 '루팡 3세'를 번역해 그대로 출간한 시리즈였다. 각 권마다 여러 개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만화책이 인기였던 것은 꽤 야하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루팡 3세는 여자를 엄청 밝히는 호색한이어서 온갖 여자들과 가리지 않고 잠자리를 갖는다. 거기에 난폭하고 잔인한 액션, 말이 되지 않지만 황당하고 기발한 도주와 절도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머까지 만화책이 줄 수 있는 온갖 재미를 선사했다. 다만 1960, 70년대 소설책처럼 세로쓰기여서 읽기 불편..

비커밍 제인(블루레이)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의 작품을 쓴 영국의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잘 다루기로 유명하다. 단순히 이상적인 로맨스가 아닌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잘 묘사해 국내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제인 오스틴은 42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길지 않은 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물론 독신이라고 해서 연애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 이야기를 잘 쓴 소설가 치고는 의외다. 과연 제인 오스틴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줄리언 재롤드 감독의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년)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다. 존 스펜스가 2003년에 쓴 소설 '제인 오스틴'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사실과 작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