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5/04 7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블루레이)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로또에 당첨돼 돈벼락을 맞거나 영웅이 돼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는 식의 황당하면서도 짜릿한 상상을 한 번쯤 해본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우니 꼭 무익한 일은 아니다. 1939년 제임스 서버는 보통 사람들의 흔한 상상을 글로 써 돈을 벌었다. 그가 뉴요커지에 발표한 단편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은 평범한 소시민인 월터 미티가 직장을 가거나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내의 쇼핑길에 떠올린 공상들을 다뤘다. 때로는 암살자가 되고 때로는 군인이 돼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는 그만큼 오락거리로 손색이 없어 MGM에서 1947년 뮤지컬 코미디 형태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나 코미디언 겸 배우 벤 스틸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리메이크작이 ..

자전거를 탄 소년(블루레이)

굳이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의 노래말을 빌리지 않아도 홀로 남겨진 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하물며 어린 소년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믿었던 보호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세상이 통째로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는 커다란 상실감이다. 다르덴 형제가 만든 '자전거를 탄 소년'(Le Gamin Au Velo, 2011년)은 상실에 관한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 소년에게 세상은 곧 아버지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은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다르덴 형제는 아버지와 헤어져 홀로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던 소년이 느끼는 상실감과 아픔을 담담하게 다뤘다. 무턱대고 눈물을 강요하지 않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소년에게 다가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