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4 12

그녀에게 (블루레이)

스페인의 유명 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그리는 사랑은 독특하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같은 작품을 보면 세상에서 결코 흔치 않을 것 같은 꼬일대로 꼬인 사랑이 등장한다. '그녀에게'(Hable Con Ella, 2002년)도 예외가 아니다. 극 중 인물들이 벌이는 사랑은 무서울 정도의 집착과 자신을 모두 버리는 헌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범죄로 보일 망정 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마냥 신기하고 특이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관객은 마치 자극적인 옐로 페이퍼를 보는 것 처럼 오히려 이 점을 좋아한다. 물론 이 과정은 지극히 드라마투르기적이다. 공교롭게 뇌사상태에 빠진 두 여인을 좋아하는 두 남자가 만나서 친구가 될 확률이 과연 얼마나 ..

영화 '아멜리에'의 몽마르뜨

영화 '아멜리에'와 '물랑루즈' 등으로 익숙한 몽마르트르(Montmartre), 즉 몽마르뜨 언덕은 '순교자의 언덕' 또는 '군신의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해발 130m의 얕으막한 언덕을 중심으로 성당과 아기자기한 카페, 거리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동네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이 몰려 드는데 이를 노린 소매치기와 도둑, 바가지 호객행위도 흔하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여행길에 그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핸드백, 지갑 등은 조심하는 게 좋다. [사랑의 벽을 가득 채운 세계 각국의 언어들. 당연히 한글도 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처음 만나는 인상적인 풍경이 바로 '사랑의 벽'이다. 푸른 벽 전체에 걸쳐 전세계 300여개 언어로 '사랑한다'는 말을 잔뜩 써놓았다. 언덕을 따라 ..

여행 2016.04.23

시리어스 맨(블루레이)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소재가 독특하다. '파고'나 '밀러스 크로싱' '아리조나 유괴사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작품들을 보면 세상에 흔치 않을 법한 사건들을 이리 저리 비틀어 웃음과 볼거리를 준다. 소재가 아주 튀지 않는 '위대한 레보스키'나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 등의 소소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을 통해 또다른 비틀기를 시도한다. 어찌보면 그들이 들이대는 현미경같은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은 평소 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찾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리어스 맨'(A Serious Man, 2009년)도 마찬가지다. 어느 유대인 가족의 흔치 않은 일상사를 통해 유대인 사회를 재미있게..

뉴욕탈출 (블루레이)

가끔 세상에서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난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알카에다의 911 테러가 대표적인 경우다. 여객기를 납치해 뉴욕의 쌍둥이 빌딩인 무역센터를 들이받아 무너뜨리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보면서 '저게 설마 현실일까' 싶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를 예견한 영화가 있다. 존 카펜터 감독의 '뉴욕탈출'(Escape From New York, 1981년)이 바로 그 영화다. 황당한 설정과 치기어린 구성의 B급 정서로 가득한 이 영화가 컬트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911 테러 발생 20년 전에 비슷한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줬고, 세계적으로 히트한 콘솔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의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제작 시점에서 봤을 때 미래인 1997년의 상황을 ..

살로 소돔의 120일(블루레이)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9월8일, 독일과 같은 편이었던 이탈리아가 연합군에 항복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보다 앞서 파시스트의 기원을 이룬 파시스트당의 당수인 베니토 무솔리니를 실각시키고, 그랑삿소 산장에 연금시켰다.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입장에서는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든든한 우방은 아니었지만, 상실할 경우 연합군에게 아랫배를 걷어차이는 심각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히틀러는 이를 막고자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친위대의 오토 스코르체니 소령을 급파했다. 독일의 정예 공수대원들과 함께 그랑삿소 산장에 침투한 스코르체니는 뭇솔리니 구출에 성공했다. 히틀러의 품에 안긴 무솔리니는 1943년 9월23일 나치 독일이 장악하고 있던 이탈리아 북부에 이탈리아 사회 공화국(RSI)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