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4 12

히트 (블루레이)

마이클 만 감독은 남자들의 의리와 사랑을 웅장한 액션과 함께 펼쳐 놓는데 일가견이 있다. 특히 '라스트 모히칸' '콜래트럴' '퍼블릭 에너미' 등을 보면 마치 홍콩 느와르의 미국판을 보는 것처럼 비장미 넘치는 주인공들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 같은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대표하는 작품이 바로 '히트'(Heat, 1995년)다. 영화는 은행강도와 이들을 뒤쫓는 형사간에 싹트는 애증을 다뤘다. 오랜 기간 쫓고 쫓기며 앙숙이 된 이들은 옆에 있는 여인보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최후의 한 판 승부 앞에서는 결코 양보를 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마이클 만 감독은 과거 서부극의 카우보이들 같은 현대판 도시의 마초들을 그렸다. 여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것은 로버트 드니로와 ..

클로버필드 10번지

댄 트라첸버그 감독의 '클로버필드 10번지'(10 Cloverfield Lane, 2016년)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 올리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어찌나 이야기가 숨 막히게 진행되는 지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남자 친구와 싸우고 집을 뛰쳐 나간 여주인공이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한 뒤 깨어나 보니 알 수 없는 밀실에 갇혀 있게 된다. 그를 가둔 상대는 세상이 끔찍한 상황을 맞았다며 방공호 같은 지하 대피소가 최고의 피난처라고 강조한다. 과연 그의 말은 사실일까. 도대체 바깥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때부터 주인공은 한 공간에 있는 존재들과 고도의 심리전을 치르게 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안팎이 모두 위험한 진퇴양난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바깥으로 나가자니 무서운..

영화 2016.04.10

로드 오브 워(블루레이)

앤드류 니콜 감독의 '로드 오브 워'(Lord of War, 2005년)는 베일에 가려진 국제 무기 밀매상들의 이야기다. 실제 무기 밀매상 5명을 만나서 그들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와 적절한 풍자, 유머를 섞어 실감나고 재미있게 그렸다. 특히 세계 최대의 무기 거래상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정치적인 대사들이 돋보인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이런 대사들은 때로는 다큐멘터리식의 직접 화법보다 드라마로 구성한 간접화법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볼링 포 콜럼바인'보다 더 재미있고 설득력 있다. 앤드류 니콜 감독은 '가타카'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으며 '트루먼쇼'의 제작과 각본을 담당했다. 모두 사람들의 진실된 삶을 돌아보게 만..

파리의 상징 개선문과 에펠탑

아무래도 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개선문과 에펠탑이다. 이 둘은 파리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선문(Triumphal Arch)은 파리 시내의 샤를 드골 광장 한 복판에 서 있다. 이 문을 중심으로 12개의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간 모습이 마치 별처럼 보여서 '별'이라는 뜻의 에투알(Etolile) 광장으로도 불린다. [개선문이 있는 광장은 땅 위로는 갈 수 없고 지하도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데, 지하가 복잡하니 개선문 표시를 잘 보고 찾아가야 한다.] 높이가 무려 50m인 이 문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문이었으나 북한이 1982년 김일성 70회 생일 기념으로 세운 높이 60m의 평양 개선문에 1등 자리를 내어주고 지금은 세계 두 번째가 됐다. 이 문을 만든 사람은 바로 ..

여행 2016.04.07

수취인불명 (블루레이)

'수취인불명'(2001년)은 김기덕 감독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빈 집' '섬' '악어' '나쁜 남자' 등 김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개인의 내면 세계를 깊게 파고든 반면 '수취인불명'은 분단국가의 일그러진 사회상을 개인의 삶에 투영했다. 그 바람에 영화는 다른 작품들보다 무겁고 우울하며 온통 회색빛이다. 제목인 수취인불명은 흑인 혼혈인 창국(양동근)의 엄마(방은진)가 창국 아버지인 미군에게 날마다 편지를 보내지만 늘 수취인불명으로 돌아오는데서 유래했다. 아울러 어느 쪽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불안한 등장인물들의 삶을 암시하기도 한다. 혼혈인 창국, 한쪽 눈을 다친 은옥, 주한 미군으로 파견됐으나 왜 미국도 아닌 남의 땅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하는 지 의문을 느끼는 제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