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헤어 (블루레이)

영화 '아마데우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로 유명한 체코의 감독 밀로스 포만이 2018년 4월13일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주로 영화로 만들었다.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되다시피한 말썽꾸러기들을 다룬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는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주장하며 오랜 시간 법정투쟁을 벌인 포르노 잡지 발행인 이야기를 다룬 '래리 플린트'는 물론이고 반전과 평화를 외친 걸작 록뮤지컬 '히피' 등이 그러하다. 여기에는 그의 범상치 않은 인생사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모는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나치 독일이 체코를 점령했을 때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여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곳에서 죽었다. 종전 후 양부모..

배드 지니어스(블루레이)

태국 감독인 나타우트 폰피리야가 만든 '배드 지니어스'(Bad Genius, 2017년)는 시험의 부정행위로 스릴러 못지않은 긴장을 선사하는 놀라운 영화다. 시험지를 훔쳐보는 행위로 과연 어느 정도의 재미를 줄 수 있을지 호기심과 함께 들었던 의문은 영화를 보고 나서 여지없이 깨졌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놀라운 커닝 기법과 이를 잘게 쪼갠 컷 분할,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심장을 오그라 붙게 만든다. 내용은 뛰어난 수재인 여주인공이 뜻하지 않게 커닝을 도와주면서 돈벌이에 말려 들게 되는 이야기다. 급기야 여주인공의 도움을 받은 부잣집 아이들은 미국 대학에 유학 가기 위해 필요한 STIC 시험을 겨냥한 대규모 부정행위를 기획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가히 007 영화를 연상케 할 만큼..

택시운전사(블루레이)

기억 속의 1980년 5월은 참으로 평온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광주 민주항쟁을 알지 못했다. 남녘땅 광주에서 숱한 목숨이 죽어갔지만 군사정권의 철저한 보도관제로 TV 뉴스나 신문에서는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그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잘 나오면 아무 문제없는 줄 알았다. 훗날 작가 황석영이 편찬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와 대학 총학생회에서 보여준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끔찍했던 실상을 알게 됐다. 책과 영상을 통해 본 진실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잔혹했기에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아마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년)가 그런 모양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대학 시절 광주 민주항쟁의 기록 영상이나 책을 본 경..

플래시댄스(블루레이)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플래시댄스'(Flashdance, 1983년)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댄스영화다. 이 작품은 춤과 음악, 영상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에 익숙한 1980년대 MTV 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실 내용은 별 게 없다. 생계를 위해 철공소에서 용접 일을 하는 가난한 여성이 밤에는 클럽에서 춤을 추며 무용수의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다. 어려움을 딛고 꿈을 이룬다는 전형적인 '록키'식 아메리칸 드림을 다루고 있다. 단순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인기를 끈 것은 음악과 영상, 배우의 힘이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제니퍼 빌스는 기존 유명 배우들과 다른 풋풋한 매력을 풍기며 인기를 독차지했다. 지적으로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뇌쇄적인 매력을 ..

황야의 무법자(블루레이)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년)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극인 스파게티 웨스턴 붐을 일으킨 영화다. 이 작품 이전에도 20편이 넘는 서부극이 이탈리아에서 제작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더불어 이 작품은 레오네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콤비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소위 '무법자' 3부작 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이 작품을 계기로 망토를 걸친 채 모자를 눌러쓰고 담배를 삐딱하게 문 떠돌이 총잡이가 등장하는 '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 3편이 제작됐다. 세 작품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TV시리즈 외에 영화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