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타워링 (블루레이)

존 길러민과 어윈 앨런 감독의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1974년)은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더불어 재난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긴장감이 높고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난데,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건물 화재를 다룬 '타워링'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어윈 앨런이 제작했는데, 1980년 개봉한 '대지진'도 그의 작품이어서 재난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내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38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제천과 밀양 등 대형화재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다 보니 영화 내용이 더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재난 영화가 그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위기와 이를 극..

부초 (블루레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부초'(浮草, 1959년)는 떠돌이 유랑극단 사람들을 통해 보편적 삶을 관조하는 영화다. 오즈 감독의 두 번째 컬러 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34년에 감독 자신이 만든 흑백 무성영화를 리메이크했다. 공교롭게 소설가 한수산의 '부초'와 제목 및 소재가 같은 이 작품은 제목 또한 동일하게 떠돌이 유랑극단 배우들을 암시한다. 좁은 의미로는 떠돌이 배우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세파에 휘둘리는 인생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은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유랑극단이 찾아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랑극단 단장이 사람도 많지 않은 외딴 마을을 찾아든 이유는 숨겨 놓은 애인이 있기 때문. 심지어 애인과 사이에 아들도 있다. 이를 알게 된 단장의 정부가 질투를 하며 젊은 여배우를 시켜 단장의 숨겨 놓은..

테이큰(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맡은 피에르 모렐 감독의 '테이큰'(Taken, 2008년)은 리암 니슨을 액션스타로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이다. 1952년생이니 촬영 당시 5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묵직한 무술을 선보이며 액션스타로 거듭났다. 내용은 프랑스 파리에 놀러 갔다가 알바니아 갱들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전직 CIA 요원이었던 아버지가 고군분투하는 모험담이다. 어찌보면 구성이 이보다 늦은 2010년 개봉한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와 닮았다. 공교롭게 두 작품의 주인공 모두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고, 딸과 이웃집 소녀 모두 성노예로 팔려가거나 장기밀매를 일삼는 흉악한 갱단에게 납치됐다. 이들에 맞서 두 작품의 주인공 모두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 총과 맨 손을 사용한 일 당..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블루레이)

어린 시절에 서부극 보는 재미를 가르쳐 준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또 다른 하나는 배우 테렌스 힐이다. 둘 다 정통 서부극에서 비켜 선 스파게티 웨스턴 계열이지만 아메리칸 서부극이 줄 수 없는 재미를 줬다. 어린 시절에는 '하이 눈'의 진지함과 '역마차'의 웅장한 구도보다 오로지 무뚝뚝한 사내들의 현란한 총싸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황야의 무법자' 3부작을 통해 서부극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장르인지를 알려줬고, 테렌스 힐은 '튜니티' 시리즈를 통해 서부극이 얼마나 웃기고 신나는 장르인지를 가르쳐줬다. 그런 느낌은 나만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후 미국 서부극들은 구로자와 아키라의 사무라이 영화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을 마구 섞은 잡..

비포 선셋(블루레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년)은 전편인 '비포 선라이즈'에서 하룻밤의 애달픈 사랑을 하고 헤어진 뒤 9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속편이다. 풋풋한 미국 청년(에단 호크)은 유명 소설가가 됐고 파리 처녀는 열혈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속편이 등장하기까지 9년이 흐른 시간은 영화 속 내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팽팽했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얼굴에 주름이 보이고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이어지지 못한 둘의 애달픈 사랑은 변함없다. 외모만큼이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서로의 처지다. 그새 남자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뒀고 여인은 사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행복하지 않다. 생활에 떠밀려 흘러온 세월이 그렇게 만족스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