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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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파이널컷(4K 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걸작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년) 만큼 논란이 된 작품도 드물다. 2019년 미래를 배경으로 탈출한 복제인간과 이들을 쫓는 형사의 대결을 다룬 이 작품은 난해한 줄거리로 개봉 당시 평단의 평론이 엇갈렸다. 대부분 혹평을 퍼붓기 일수였고 그 바람에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 참패했다. 그만큼 영화 줄거리를 둘러싼 논란이 많았다. 특히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형사 데커드의 정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시비가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리들리 스콧의 영상미학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걸작으로 추앙받고 있다. 여러 편의 작품이 영화화된 유명 SF 작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아토믹 블론드(4K 블루레이)

냉전시대에 베를린은 스파이의 천국이었다. 이념과 이권에 따라 갈린 전 세계 스파이들이 베를린에서 암약하며 철의 장막 뒤에 얽힌 비밀을 캐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2017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암약한 동서 진영의 스파이, 그중에서 영국 MI6에서 활약한 스파이에 초점을 맞췄다. MI6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매력 만점의 멋쟁이 신사인 007 제임스 본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잘 생긴 근육질의 마초 스파이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간첩이다. 그렇지만 성을 무기로 내세운 하늘하늘한 여성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냉혹하고 필요하다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여전사다. 여주인공 로레인을 맡은 인물은 샤를리즈 테론..

위대한 레보스키(4K 블루레이)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쓰고 연출 및 제작한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 1998년)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숨은 걸작이다. 뚜렷한 일거리 없이 볼링이나 치면서 빈둥빈둥 살아가는 레보스키가 어느 날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행복하고 여유 있는 미국판 '현대 생활 백수'다. 레보스키를 맡은 제프 브리지스의 느물 느물한 연기는 물론이고 유쾌한 내용에 걸맞게 나른하고 편안하게 깔리는 음악들도 일품이다.직업도 없이 하루하루 유유자적하게 아무 계획 없이 살아가는 레보스키는 어찌 보면 바쁜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만큼 무한 경쟁이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요즘 레보스키는 반동적 캐릭터이기도 하다.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에 그의 ..

다크나이트 라이즈(4K 블루레이)

'다크나이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의 배트맨은 유독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해 '다크나이트'를 거쳐 3부작의 마지막인 이번 작품까지 달려 오면서 배트맨은 피로가 쌓이고 몸도 다쳤다. 그런데도 제대로 듣지 않는 관절을 동여매고 달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그 이유를 배트맨이 폭력과 슈트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 얘기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3부작을 만들면서 자신의 연출 스타일에 중독돼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추구하는 영상과 악은 악대로, 정의는 정의대로 정당성을 주장하며 길게 늘어놓는 사설이 여전..

다크나이트 (4K 블루레이)

때로는 정의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악인조차도 마음대로 해치지 못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할 때도 망설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년)는 정의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한없이 못된 악당 조커는 절대 누구를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배트맨을 끊임없는 딜레마에 빠트려 결국 영웅 행위에 대해 회의하는 지경까지 몰아붙인다. 과연 정의가 모두를 이롭게 하는가. 배트맨은 영웅이 범죄자로 둔갑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어둠의 기사가 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철학적 물음을 화려한 액션과 결합해 이 작품을 여타의 수퍼 히어로물과는 다른 의식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매트릭스'처럼 잘 포장된 액션 속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