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3 9

데드풀

데드풀은 마블 코믹스 히어로 가운데 독특한 캐릭터다. 암 치료를 받다가 부작용으로 특수 능력을 얻으며 온 몸이 흉칙하게 변한 주인공이 마스크를 쓰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내용이다. 그가 얻은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부작용이다.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손을 잘라 내도 다시 생겨난다. 어찌보면 직접 인체 실험을 하다가 특수 능력을 얻게 된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와 급속한 신체 회복 능력을 지닌 울버린하고도 닮았다. 이를 토대로 만든 팀 밀러 감독의 '데드풀'(Deadpool, 2016년)은 참으로 유쾌한 영화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 오우삼의 홍콩 느와르물을 연상케 하는 액션씬이다. 여러 명의 악당을 상대하는 장면을 정지시킨 채 360도 회전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느린 슬로모션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꼭..

영화 2016.03.12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블루레이)

"이런게 사람 사는 거지". 1998년 촬영 당시 71세의 이브라힘 페레는 뉴욕의 밤거리를 걸으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브라힘은 195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쿠바의 가수였다. 한동안 잊혀졌던 그는 1997년 전세계를 강타한 음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덕에 되살아나 그래미상까지 받고,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다. 이브라힘은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멈춰서 야경을 찍었다.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밤이면 암흑천지인 하바나에서 온 그에게 생전 처음 본 뉴욕은 별천지였다. "아내와 왔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주름 가득한 이브라힘의 얼굴에 못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저게 자유의 여신상이라고? 아냐. 그럴리 없어. 저렇게 작지 않아." 1950년대 뉴욕에 들려 자유의 여신상을 봤던 루벤 곤..

서칭 포 슈가맨(블루레이)

말릭 벤젤룰 감독의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 2011년)은 대단히 놀랍고 신비한 이야기로 가득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세상에서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어느 곳에서는 자신도 모르는새 세상을 바꾼 슈퍼 영웅이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웨덴 TV에 보낼 만한 이야기거리를 찾아 남미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벤젤룰 감독은 우연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만난 한 음반점 주인으로부터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흑백 인종차별로 유명했던 1970년대 남아공에 미국 가수인 시스코 로드리게스라는 가수의 노래가 급속도로 전파됐다. 'Sugar man'을 대표로 하는 그의 음반 'Cold Fact'는 인종 탄압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의 ..

비 내린 삿포로

[JR삿포로역에 붙어있는 JR타워 닛코호텔 31층 객실에서 내려다 본 삿포로 풍경. JR타워 닛코호텔은 상당히 훌륭한 호텔이다. 잠옷 및 유카타까지 비치해 놓아 밤에 잘 때 아주 편하다. 호텔 22층에는 도심의 야경을 내려다 보며 즐길 수 있는 사우나도 있다.] 2008년에 두 번이나 찾았던 홋카이도의 삿포로는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말 그대로 설국이었다. 허허벌판이나 숲이면 이해하겠는데 서울같은 대도시인 삿포로가 온통 눈 세상이었으니 놀랍기도 하고 황당했다. 그만큼 홋카이도는 눈의 천국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때 못지 않은 놀랍고 황당한 풍경을 만났다. 설국인 홋카이도에 기상이변으로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도착하기 전날에는 폭우까지 쏟아졌고 서울로 돌아온 다음날에도 삿포로에 비가 내..

여행 201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