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5 18

알라딘 (블루레이)

어려서 읽은 '아라비안 나이트'는 보물창고 같았다. 온갖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훗날 어려서 본 것은 상당히 순화된 빙산의 일각이었고 실제 '천일야화'는 어른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쨌든 이야기의 보물창고인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가 신드밧드와 바로 알라딘이다. 재미있는 점은 정작 아랍어로 쓰인 원전에 포함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 옮긴 사람들이 워낙 재미있는 중동 설화이다 보니 슬쩍 끼워넣은 것인데, 정작 주객이 전도돼 영역본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됐다. 당연히 디즈니가 이를 놓칠리 없다. 디즈니가 내놓은 31번째 애니메이션 '알라딘'(Aladdin, 1992년)은 알리바바가 오래된 마법 램프를 얻어..

파 앤드 어웨이(블루레이)

론 하워드 감독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1992년)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미국 정착기를 다루고 있다.1890년대 가난한 아일랜드에서 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이민자들이 오클라호마의 땅을 차지해 정착하기까지 과정을 그렸다. 톰 크루즈와 실제 부부였던 니컬 키드먼이 연인으로 등장해 아일랜드 이민자를 연기했다. 영화는 톰 크루즈가 맨 주먹 하나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오클라호마의 땅을 차지하는 과정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과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답게 서민 영웅의 뒤에 숨겨진 아픈 역사는 애써 이야기 하지 않는다. 땅따먹기식 개발 붐으로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오클라호마에서 서부와 북부로 쫓겨나 몰이사냥을 당하는 비극을 겪는다. 더..

좋은 친구들 (블루레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Good Fellas, 1990년)은 '카지노' '갱스 오브 뉴욕'으로 이어지는 스콜세지의 갱시리즈 3부작을 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탄탄한 완성도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이 작품은 '대부'에 곧잘 비견된다. '대부'가 마리아 푸조의 소설을 토대로 한 반면 이 작품은 헨리 힐이라는 실존 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실화가 주는 사실감은 '대부'보다 한 수 위다. 스콜세지의 영화를 보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마치 책을 읽는 것 같다. 그의 특징인 보이스 오버를 사용한 나레이션이 전해주는 풍성한 이야기는 2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힘이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시작하면 재미있는 소설의 책장 넘어가듯 끝까지 보게 된다. ..

스텝업2 더 스트리트(블루레이)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댄스 영화는 언제 봐도 흥겹다. 춤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존 추 감독의 '스텝업2 더 스트리트'(Step Up 2 The Streets, 2008년)도 예외가 아니다. 이 영화는 소위 '스트리트'로 불리는 길거리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기본 설정은 '페임' '플래시댄스' '더티 댄싱' '풋루즈' 등 춤과 노래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과 다를 바 없다.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고난을 무릅쓰고 열심히 춤을 춘 끝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 인물들 사이에 발생한 온갖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진다. 뻔한 설정과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한가지, 바로 화려한 춤과 신나는 음악이다. 댄스 영화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별들의 고향(블루레이)

영화 감독 이장호와 소설가 최인호에게 항상 따라붙는 작품이 있다. 바로 '별들의 고향'(1974년)이다. 호스티스 생활을 하던 경아라는 여인을 통해 1970년대 도시인의 부조리하고 공허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우리 대중문화의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 소설을 1972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주목을 받은 최인호는 이후 대표적 대중소설가로 부상했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감독 데뷔한 이장호는 70년대 우리 대중영화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원죄를 갖고 있다. 70년대 초반 우리 영화는 외화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땜빵으로 대충 만들던 관행이 강했으나, 이 작품이 흥행하며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1974년 개봉한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46만6,0..